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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dev-power 2025. 12. 27. 19:31

12월 23일


부트캠프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번 주말에 대구 간다. 하루 보러 가야지." 평소에 하루 사진을 보내주면서 귀엽다고 자랑하던 내게, 경산으로 쉬러 가는 것은 힐링 그 자체였다.

현관문을 열자 하루는 어쩔 줄 모르며 나를 반긴다. 서 있는 내 무릎에 발을 올리다가도 빨리 집에 들어가자고 난리다. 너무 귀엽다. 평소였다면 내 방에 짐을 풀고 하루를 쓰다듬어주러 갔겠지만, 이번엔 바로 거실로 가서 녀석을 예뻐해줬다. 너무 예뻤다.

평소의 하루는 잠깐 내게 붙었다가 다시 엄마에게 가곤 했다. 엄마의 껌딱지니까. 그런데 이번엔 계속 내 곁에만 머문다. 계속 애교를 부린다. 내 무릎 위에서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엄마에게 말했다. "하루가 평소에는 이러다가도 다시 엄마한테 가던데, 오늘은 계속 나한테만 붙네?"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는 편이다. 소파가 불편하신지 요즘은 토퍼를 바닥에 깔고 주무시나보다. 내 방 침대에 있던 토퍼를 거실로 옮겼다. 바닥에 토퍼를 깔자마자 하루는 그 위로 올라탄다. 뭐든지 깔기만 하면 쏜살같이 올라타던 녀석이니까. 엄마도 그 모습을 보며 참 빠르다고 웃으셨다.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2를 틀어드렸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TV 앞에 모였다. 어쩌다 엄마가 하루를 안아 올렸는데, 하루의 시선은 계속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계속 눈을 마주쳤다. 혹시나 해서 잠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다시 봤는데,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 무슨 의미일까. 한참동안 서로 눈을 마주보았다.
 
 

12월 24일


엄마와 유명한 빵 카페에 가기로 했다. 차 안에서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화가 난 엄마는 차를 돌려 나를 집 앞에 내려주셨다. 나도 화가 났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덤덤하게 내렸다. 하루가 날 반겨준다. 오랜만에 보는 하루인데, 같이 있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지.

몇 시간 후 엄마가 돌아오셨다. 가기로 했던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사오셨다. 부엌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참 맛있었다. 햄, 치즈, 야채가 빵빵하게 들어가서 계속 손 밖으로 넘쳐 흘렀다. 양상추 조각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하루가 그걸 먹었다.

하루는 항상 내가 뭘 먹을 때 발밑에서 기다렸다. 부모님은 혹시라도 뭔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잘 모르겠다. 딱히 음식을 떨어뜨린 적이 많지도 않은데. 오히려 나는 쓰다듬어 달라고 테이블 밑에서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온 가족이 한 곳에 모이는데 우리의 식사는 하루와는 무관하니까. 외로우니까.

평소엔 가끔 음식을 떨어뜨려도 하루가 먹지 못하게 막았다. 염분이 높은 사람의 음식이 하루에게 해로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먹도록 내버려뒀다. 귀찮아서였을까? 아니면 저렇게 맛있게 먹는데 말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하루가 내 방에 들어왔다. 침대 위로 올라올까 말까 고민했다. 하루는 항상 그랬다. 그냥 올라와도 되는데 내 눈치를 먼저 본다. 매트리스를 톡톡 두들기면서 올라오라고 했다. 펄쩍 뛰어 올라와 내 옆에 자리 잡는다. 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으로 남겼다.

이 정도로 붙어있을 거면 밤에 나랑 자도 되지 않을까. 하루에게 물어봤다. "하루야, 밤에 나랑 자도 되지 않을까?" 아무리 나랑 붙어있어도 잠만큼은 엄마랑 자는 애니까. 대답은 없었지만, 이 모습 또한 너무 귀여워 사진으로 남겼다.

침대에 하루를 두고 잠깐 책상 앞에 앉았다. 공부였는지 웹 서핑이었는지, 뭐 때문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지인들과 연락하다 하루 이야기가 나왔다.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하루가 너무 귀여워 보여 그 모습을 찍어서 보내줬다. 지인도 너무 귀엽다고 난리다. 이게 하루의 생전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을 나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12월 25일


점심을 먹었다. 하루는 아침과 저녁만 먹기 때문에 점심은 없다. 대신 간식을 준다. 간식 통을 열어보니 건조된 닭가슴살 칩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주던 양이 있지만 애매하게 남아있다. 그냥 다 줬다. 급하게 먹으면 체할까 봐 하나씩 줬다. 맛있게 잘 먹었다.

아빠가 동생과 산책을 나간다고 한다. 엄마가 하루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방 안에 있느라 못 들었다. 현관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서 방 밖으로 나와 봤다. 외투를 입은 아빠와 동생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하루는 자기한테 목줄을 채워달라고 겅중겅중 뛴다.

"아빠, 하루도 데리고 나가요?"

"응."

사실 오늘은 내가 산책을 시키려 했는데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방으로 돌아와 하던 작업을 이어서 한다.

나간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테이블 위에 폰을 뒀던지라 바로 받았다. 아빠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 것 같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계속 아빠한테 잘 안 들린다고 말했다. 아빠가 그제서야 내게 말을 한다. 차 사고가 났는데 하루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순간 이해가 안 된다. 산책을 하는데 왜 차 사고가 나지? 잘못되었다는 게 뭐지? 다리를 다쳤다는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아 계속 물어봤다. 뭐가 잘못된 거냐고. 그러자 하루가 죽었으니 엄마한테 잘 얘기해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으로 데리고 나오라고 하셨다.

너무 놀라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뛰어다니던 아이가 왜 죽어. 안방에 있는 엄마에게 가서 얘기했다. 서둘러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셨다. 많이 불안해 보였다. 나는 입고 있던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뛰쳐나갔다.

내 동생은 중증 발달장애를 가졌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가끔 고집을 부릴 때가 있는데, 들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빠와 산책을 갈 때마다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고 돌아오는데, 아마 산책 끝날 때 가게에 들러서 하나씩 사 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산책 나간 지 10분밖에 안 되었는데, 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사고가 났다는 거지?

가게 앞에 도착해 보니 화물차가 가게 앞에 들어서 있고, 바닥에는 박스가 있었다. 그 박스 안에 하루가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엄마는 절규하며 하루를 보려고 했다. 혹시라도 심장이 뛸 수 있지 않냐고. 안 보여줄 거면 확인해 달라고 내게 소리치셨다. 나는 하루를 볼 자신이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 피를 흘리고 있는, 이젠 움직이지 않는 하루를 볼 자신이 없었다. 계속 상자를 열어보려는 엄마를 더 이상 말릴 수 없어서 상자를 열어보라고 했다. 비닐에 감싸져 있는 하루는 머리를 다친 것 같다. 너무 활발한 아이가 아무런 미동도 없다. 이제서야 정말 하루가 떠났다는 것이 체감된다.

아빠는 동생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려고 펜스에 목줄을 묶어뒀다고 했다. 아버지는 원래 그런 부분에선 엄격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 경우 안고 들어간다. 나랑 산책을 갔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루는 원체 착하고 겁이 많고 아픈 걸 싫어하는 아이였다. 다른 집 개들은 그렇게 심하게 짖고 소파도 물어뜯는다던데, 하루는 그런 게 없었다. 사고를 쳐봤자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에 쓰레기통을 헤집는 정도. 왜 우린 그마저도 혼을 냈을까. 어릴 때 하루를 잘 키워보겠다고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식사 양도 조절했다. 이렇게 갈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걸. 간식도 하나씩 더 줄걸. 내 이어폰을 물어뜯었을 때 화내지 말걸. 어차피 착한 아이라 앞으로 그러지 않을 텐데. 엄마한테 졸라서 하나 더 살 거였으면서. 내가 화낼 때 하루가 겁을 먹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죄책감이 밀려온다.

하루는 추운 것도 싫어했다. 작년 이맘때쯤 찬바람이 세게 부는 날, 두꺼운 옷을 입히고 하루와 산책을 나왔더니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았다. 뒷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모습이 딱하면서도 귀여워서 영상을 하나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추워하던 아이가 오늘은 이렇게 추운데 왜 거기까지 갔을까. 아빠는 두꺼운 옷도 안 입히고 나갔다.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작년처럼 떡하니 버텼어야지. 너무 춥다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어야지. 뭐가 그리 좋다고. 어차피 날 풀리면 또 산책 나갈 수 있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해서.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하루가 이렇게 무거웠나. 하루는 무거운데 하루의 생명은 가볍다. 비닐에 감싸진 하루를 꺼내 깨끗한 수건으로 덮고 하루의 방석 위에 얹었다. 차마 하루를 볼 수 없어서 아빠한테 그리 해달라 부탁했다. 하루의 배가 여전히 따뜻하다. 그저 잠에 든 것 같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어이가 없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한 애가. 왜 이렇게 되어 돌아와.

바로 동물 장례식장에 연락했다. 수의사이신 아빠 덕분에 공휴일인데도 빠르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청도에 있는 식장까지 가려면 바로 출발해야 했기에 방석째로 내가 하루를 옮겼다. 식장까지 가는 내내 하루를 토닥여 줬다. 미안하다. 고마웠다. 사랑했다.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식장 직원분께서 하루에게 색동 수의를 입히기 위해 잠깐 하루를 들어 올렸을 때, 하루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와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눈을 못 감았을까? 머리가 다쳤는데도 두 눈은 선명하게 떠 있었다. 하루의 오른쪽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오른쪽 눈에 피가 고여 있다. 눈에서 피가 난 것일까? 머리의 피가 눈으로 흘러내린 것일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차마 그러질 못했다. 수의 입히는데 혹시라도 방해될까 봐. 좋은 곳 못 갈까 봐. 그저 소리 죽여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난 화장하는 소각로로 갈 때까지 계속 하루 옆을 지켰다. 너무 미안해서. 외로울까 봐. 나라도 옆에서 계속 지켜봐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루를 화장하는 동안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이들의 기분을 초 칠 수는 없으니까. 너무 괴로웠다. 하루를 위해 슬퍼해 줄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 슬픔은 혼자 간직하고 견뎌내야 한다는 주의였던 나도 이번에는 너무 힘들었다. 대가 없이 서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떠났다. 서울에 있을 때 몸은 혼자여도 하루 사진을 보면서 외롭지 않았다.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하루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는 많이 외로울 것 같다.
 
 

12월 27일


하루가 떠난 지 3일째다. 사람으로 치면 삼우제라고 한다. 이젠 조금씩 놓아줘야 하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울고 싶지 않은데 너무 많이 울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많이 울었다.

가족에게 예쁨받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하루를 이제 더 이상 만질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하루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맡고 싶어서 하루 옷에 코를 댔다. 최근에 빨아서 그런지 냄새가 옅다. 애초에 이게 하루의 냄새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루의 흔적이 사라져 간다.

엄마가 울면 하루는 무서워서 자리를 피하곤 했다 한다. 가끔 내가 울 때 하루는 오히려 옆에 있어줬다. 그러니 아직은 더 울어도 되지 않을까. 엄마는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만 울어야 한다고 했다. 제일 많이 우는 게 누구인데.

엄마는 나와 엄마가 울 때마다 아빠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아빠 앞에서 운 적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내가 방에서 우는 게 거실에선 다 들린다고 했다. 나름 조용히 울려고 노력한 건데.

유골함을 안고 집 앞 산책을 나갔다. 산책하던 곳 풍경을 다시는 볼 자신이 없었는데, 하루와 마지막 산책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따뜻한 옷을 두른 유골함을 들고 집밖을 나섰다. 기억나는 곳들을 모두 둘러보면서 추억을 곱씹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마다 중얼중얼 하루에게 못다 한 말을 전했다. "나는 이 곳을 걸을 때마다 네가 유리 조각을 밟을까 봐 바닥만 보고 걸었다", "가끔 정자에 앉아 너를 안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계속 걷자고 보채서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산책인데 아쉽지 않나", "산책이 좀 길어지더라도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걸어보자". 별의 별 말을 다 한 것 같다. 집 앞을 나설 때는 다시 눈물이 났지만, 걷는 동안에는 오히려 평온했다.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을 뿐.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내일부터는 미뤘던 공부도 할 것이다. 더 이상 울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하루를 평생 기억할 것이지만 하루는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


장례식장에서 진달래라는 강아지의 견주를 만났다. 달래는 아침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그분은 장례식장에 오는 길에 미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샀는데, 화분에 복실복실한 털 옷을 입한 것이 눈에 밟혀서 하나 더 샀다고 하셨다. 그 털 옷이 마치 하루의 털과 비슷해 보인다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하루와 달래가 함께 좋은 곳 가게 되어서 마음이 조금 더 편하다고 하셨다. 참 좋은 분이다.

배달원이 초인종을 누르면 하루는 많이 짖었다. 현관에서 음식을 직접 받으면 문이 닫힐 때까지 짖었다. 외부인을 많이 경계하는 것 같아서, 요즘은 초인종을 누르지 말고 집 앞에 음식을 놓고 가도록 했다. 효과는 좋았다. 마지막으로 하루 앞에서 먹은 배달 음식은 짬뽕과 탕수육이다.

과자 봉지를 뜯으면 쳐다본다. 안 줄 걸 알아서 쳐다만 본다. 방금 과자 봉지를 뜯었는데 나를 보는 하루가 없다. 기분이 이상하다.

사회복무를 하던 시절, 가장 일찍 퇴근하던 건 나였다. 집에 오면 하루밖에 없었다. 조명을 한두 개만 켜 약간 어두운 집에서 혼자 집을 지키던 하루가 기특해 보였다. 둘이서만 집에서 장난치고 놀 수 있는 시간은 그때밖에 없었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하루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나는 집에 있었다.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품에 작은 것을 안고 계셨다. 현관 앞에서 처음 본 하루는 아빠의 품에 안겨 있었다. 옆에 있던 엄마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고 하셨다. 하루가 그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섭섭해할까 봐, 내 눈에는 귀엽다고 너무 좋다고 방방댔다. 사실 나도 좀 크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친 차주가 사례금을 전달했다. 좀 더 주변을 잘 살펴보지 않은 것이 너무 원망스럽지만, 그 사람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돈으로 청도유기견보호센터에 사료를 사서 보내기로 했다.

우리 집 아파트는 등록된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면 입차 안내 음성이 나온다. 하루는 그 소리를 들으면 가족이 오는 걸 알아채고 현관문 앞에 나가서 기다렸다.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올 때마다 하루가 현관에서 지금쯤 기다리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다 불쌍했다.

산책 나갈 때 목줄을 걸어야 하는데, 하루는 산책을 좋아해서 방방 뛰었다. 그런데 정작 목에 목줄을 걸려고 손을 내밀면 딱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오라고 해도 거기 그대로 서 있어서, 내가 굳이 거기까지 가서 걸어야 했다. 이 행동의 의미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산책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면서 목줄이나 두꺼운 옷을 입힐 때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고 떡 버티던 그 행동.

하루는 산책할 때 항상 내 옆에 붙어 있거나 조금 뒤로 빠져 풀 냄새를 맡곤 했다. 그런데 자주 가던 산책로 중에서 특정 코스에선 항상 나를 앞질러 갔다. 많이 앞지르진 않았고 서너 발자국 정도 앞섰는데, 거기서는 내가 잘 따라오나 뒤를 자주 돌아보면서 갔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앞장섰을까.


기억나는 것들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 조금씩 추가할 예정이다.


하루가 떠나기 전 날 찍은 사진
사랑스럽다
미용 선생님이 연말이라고 서비스로 찍어주신 사진. 영정사진이 될 줄 몰랐다.